강백호가 또 포수로 출전했다. 강백호가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서 8회초 포수로 나서 2이닝을 소화했다. 프로 데뷔 후 4번째인데 올해만 두번째이고, 최근 3경기서 두번이나 포수로 나왔다.
외야수 강백포, 1루수 강백호에서 ‘포수’ 강백호로의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고시절 포수와 투수를 겸업했던 강백호는 2018년 KT 위즈에 입단한 이후 포수와 투수가 아닌 외야수로 전향했다. 타격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1루수로 수비 위치를 바꾸기도 했던 강백호는 지난해 다시 외야로 돌아가기도. 외야수나 1루수 모두 수비에서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지난 6년 동안 강백호가 포수로 출전한 것은 두번 뿐.
지난 2019년 4월 20일 롯데전과 2021년 9월 15일 두산전이었다. 둘 다 포수를 다 썼을 때 강백호가 어쩔 수 없이 포수로 출전했다.
이번은 달랐다. 3월 31일 한화전에선 선발 포수로 장성우가 출전했다가 4회말 김준태로 교체됐다. 그러다가 지명타자로 나섰던 강백호가 8회말에 포수로 나섰다. 김준태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굳이 강백호로 바뀌었다.
3일 수원 KIA전에선 김준태가 벤치에 있는데 강백호가 장성우 대신 포수로 나섰다.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강백호가 8회초 수비 때 포수로 나간 것이다. 강백호는 9회까지 포수로 출전해 우규민 이선우와 호흡을 맞췄다.
누가 봐도 목적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강백호의 포수 전향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처음엔 시범경기 때 농담처럼 나왔던 얘기다.
지난 3월 10일 KT 이강처 감독이 ABS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강백호의 포수 전환에 대해 말한 것. 이 감독이 “이제는 프레이밍이 필요없게 됐다. 블로킹을 잘하고 2루 송구 잘하는 포수가 더 각광받게 됐다”고 말하더니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쳤는지 “그렇게 보면 (강)백호가 포수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아이디어를 냈다. 이 감독은 마침 훈련 중 더그아웃을 지나가던 강백호에게”(강)백호야, 너 포수 어때? ABS 때문에 그냥 잡기만 하면 되는데”라고 물으며 “백호가 포수 한다고 하면 3명은 집에 간다고 하겠다”며 웃음. 물론 농담이었다.
강백호도 “전 좋은데 생태계를 파괴할 것 같은데요”라며 농담으로 맞받아쳤다. 이어 “저는 어디든 괜찮습니다”라며 쿨하게 반응하고는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떠난 뒤 “예전에 강백호가 교체로 포수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장비 차고 있는데 딱 어울려 보이긴 했다”고 웃었다. 그러더니 “(장)성우가 그만둘 때쯤 생각해 봐?”라며 새삼 ‘포수 강백호’에 대한 아이디어가 괜찮을 수도 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3일 KIA와의 경기전 포수 강백호에 대해 취재진이 질문하자 말을 아끼면서도 “백호가 1루수나 외야수 할 때는 표정이 굳어있는데 지난번 포수 할 때 웃고 있더라. 블로킹할 때 그렇게 오랫동안 포수를 안했는데도 몸이 움직이더라”면서 “공 던진 투수에게 물어보니 가슴이 넓어서 공 던지기 좋다고 하더라”며 포수 강백호에 대해 긍정적인 멘트를 하기도 했다. 또 “포수 강백호면 FA되면 150억원은 하지 않을까”라며 타격 좋은 포수 강백호의 상품성을 높게 평가하기도.
이 감독의 긍정적인 반응 속에 강백호가 교체로 실전 경기에서 포수로서 시험을 하고 있다고 봐야할 듯 하다. 코칭스태프의 평가가 긍정적이고 강백호 본인도 OK한다면 실제로 강백호가 포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선발 라인업에 강백호의 이름 옆에 포수를 의미하는 C가 붙는 날이 실제로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