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야수 최대어는 누가 뭐래도 코디 벨린저(29)였다. 2019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이 슈퍼스타는 3년 동안 자신을 가뒀던 늪을 지난해 가까스로 탈출하며 기대감 속에 FA 시장에 나왔다.
다저스에서 방출된 뒤 시카고 컵스로 둥지를 옮긴 벨린저는 지난해 130경기에서 타율 0.307, 26홈런, 9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1을 기록했다. 전성기만한 공격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격 성적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여전히 좋은 수비수이기도 했다. 1루와 중견수를 모두 볼 수 있다. 보여줬던 ‘고점’이 워낙 높은 선수라 시장의 반응도 폭발적일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아직도 계약을 못했다.
벨린저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시선에 확신이 없다는 평가다. 벨린저가 지난해 반등하기는 했지만 리그를 폭격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앞선 3년이 너무 부진했기에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반대로 벨린저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이번 FA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웬만한 제의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괴리에서 오는 파장이 계약을 늦추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관측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마크 페인샌드는 최근 MLB 네트워크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카고 컵스와 벨린저의 재결합을 방해하는 요소는 벨린저의 요구 가격이다. 벨린저는 2억 달러 이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컵스는 그렇게는 줄 수 없다고 강경하게 버티고 있다. 컵스는 벨린저와 보라스가 가격을 낮추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컵스 재결합이 교착에 빠지자 다른 팀들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인 존 헤이먼은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컵스가 궁극적으로는 벨린저를 품에 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잠재적으로 지명타자 슬롯이 있는 토론토를 여전히 후보로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시애틀은 돈을 쓰기를 원하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컵스가 아니라면, 토론토나 샌프란시스코 쪽의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오프시즌을 앞두고 가열한 전력 보강을 예고해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오히려 지구 라이벌인 LA 다저스에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모두 뺏겼다. 이정후, 톰 머피, 로비 레이(트레이드), 조던 힉스를 영입하기는 했지만 오프시즌 전 큰소리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지난해 팀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공격력 보강은 이정후가 전부다. 이정후가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홀로 팀 타선을 구할 수는 없다.
벨린저는 이미 샌프란시스코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선수였다. 이정후 영입 전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팀 중 하나로 뽑혔다. 가격이 문제일 뿐, 여전히 공격이 문제인 샌프란시스코는 벨린저에 탐을 낼 만한 구단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외야와 1루, 그리고 지명타자 포지션에서 지난해 벨린저보다 더 좋은 공격 생산력을 보인 선수는 하나도 없다. 있으면 무조건 좋다. 가격이 문제일 뿐이다.
벨린저의 가세는 이정후의 포지션과도 연관이 있다. 이정후는 올해 팀의 주전 중견수로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팀 중견수들의 공격은 물론 수비도 시원찮았던 샌프란시스코가 왜 이정후에 거액을 베팅했는지 알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벨린저는 골드글러브 외야 수비를 자랑한다. 공격이 안 될 때도 수비는 건재했다. 벨린저는 1루도 볼 수 있지만, 벨린저가 영입되면 중견수를 보고 이정후가 코너 외야를 보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물론 공격에서는 이정후 뒤에 붙어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