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것 없는’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이 한국을 제대로 혼쭐냈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는 25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열린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한국과 3-3으로 비겼다.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한국은 23위다.
말레이시아는 1무 2패로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한국을 상대로 승점을 따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국은 1승 2무, 승점 5점을 기록하면서 E조 2위로 16강에 올라갔다. 16강 상대는 F조 1위를 차지한 사우디아라비아다.
한국으로선 대망신, 말레이시아로선 엄청난 쾌거다. 말레이시아는 ‘우승 후보’를 자신하던 한국을 상대로 맹렬히 맞서 싸웠고 3번이나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 골도 없던 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클린스만호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날카로움이 부족하긴 했지만, 전반 21분 정우영의 헤더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좀처럼 추가골을 뽑아내지 못하며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후반전 악몽이 시작됐다. 한국은 후반 7분 황인범이 수비 지역에서 공을 뺏기면서 파이살 할림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후반 17분 역전골까지 얻어맞았다. 설영우가 상대 크로스를 끊어내려다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실점했다.
한국은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37분 이강인의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 자책골로 연결됐고,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넣으며 3-2를 만들었다. 한국은 우여곡절 끝에 승리하는가 싶었지만, 종료 직전 로멜 모랄레스에게 동점골을 헌납하며 고개를 떨궜다. 결국 경기는 3-3 충격적인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한국을 쩔쩔 매게 한 김판곤 감독은 경기 후 “우리에게 환상적인 결과”라며 “모든 선수들과 국민들에게 기쁜 일이다. 우리에게 보여준 사랑과 지지에 고맙다. 멋진 경기였고, 우리 선수들에게 축하를 전한다”라고 기뻐했다.
사실 김판곤 감독은 경기 전부터 물러서지 않겠다고 각오했다. 그는 24일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상대는 아시아의 거인 한국이다. 우리는 동기부여가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더 집중할 것이다. 우린 잃을 게 없다. 현재 상황에 집중하고 무언가 얻어내도록 하겠다”라며 “한국이라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김판곤 감독은 이미 패배를 확신한 듯한 질문엔 화도 냈다. 그는 한 골이라도 넣을 수 있겠냔 뉘앙스의 말에 “우린 자신감 있고 준비돼 있다. 월드컵 최종 예선에 올라갈 수 있도록 미래를 보고 준비하겠다. 한 골, 두 골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내일 우리가 이길 수도 있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는 허풍이 아니었다. 김판곤 감독은 강력한 전방 압박과 간결한 역습으로 한국을 호되게 혼냈다. 그가 내비친 자신감은 클린스만 감독이 했던 말마따나 ‘자만이 아닌 자신감’이었다. 오히려 “갈수록 더 좋아지고 나아질 것”이란 클린스만 감독의 대책없는 낙관이 자만이었다.